처음 닭곰탕이란 걸 먹어본 건 만화가 문하생을 할 때였다. 화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가끔 밥을 먹으러 다니던 조그만 식당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닭 살코기를 열심히 찢고 있었다. 뭘 하시려고 하냐고 묻자 닭곰탕 재료라고 했다.
“닭곰탕?”
“먹어 봐. 시원하고 맛있어.”
벽에 붙어 있는 메뉴에도 닭곰탕이 추가돼 있었다. 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질릴 때까지 몇 번이고 그 음식만 먹을 만큼 별나다. 원래는 청국장을 먹으려 했지만 새롭기도 하고 아주머니가 권하기도 해서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잠시 뒤 맑은 국물에 잘게 찢어진 닭 살코기와 무가 어우러진 닭곰탕이 나왔다. 후추와 고춧가루 조금 넣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정말 꿀맛이었다. 먹으면서 보니 만들기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괜히 식당을 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낀 건 집에서 만들어보고 나서였다. 뭘 잘못했는지 닭 냄새에다 시원한 맛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느끼함만 가득했다. 그래서 몇 번을 그 식당에서 먹어보고 해서 그런대로 시원하고 맛있는 닭곰탕을 만들 수 있었다.
닭고기는 맛이 담백하고 소화 흡수가 잘된다. 닭고기 지방에는 동맥경화, 심장병을 예방하는 리놀레산(필수 지방산의 하나)이 많고 쇠고기에 비해 각종 필수 아미노산도 많다고 한다.
중닭 한 마리, 작은 생강 1쪽, 대파 1대, 무, 멸치, 소금, 다진 파, 다진 마늘, 후춧가루와 고춧가루, 깨소금, 당근, 버섯이 닭곰탕 재료다. 당근과 버섯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는, 말 그대로 닭만 있으면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끓인다
커다란 솥이나 냄비에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끓으면 불을 끄고 물을 버린 뒤 닭 껍질을 대충 벗겨낸다.
다시 냄비에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닭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생강을 넣는다. 끓으면 불을 끄고 닭을 건져낸다. 이때 닭 껍질은 완전히 제거해야 담백하다. 닭이 뜨거우니 충분히 식힌 다음 결을 따라 찢는다. 다됐으면 깨소금으로 살짝 밑간을 해둔다.
밑간한 닭 살코기와 무와 대파
닭을 건져낸 국물에 물을 더 붓고 남은 닭뼈와 멸치, 다진 마늘을 함께 넣어 끓인다. 닭뼈는 계속 우려내어 국물을 만들 수 있으니까 좋다. 그 국물에 국수를 끓여 먹어도 좋고 라면을 끓여 먹어도 별미다. 끓기 시작하면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불을 중불 이하로 줄인다. 육수는 30~40분쯤 끓여야 맛이 제대로 우려나온다.
육수에 멸치를 넣는 까닭은 더 구수한 맛이 나서다. 육수가 끓여지고 있을 때 대파를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무도 깍둑썰기로 준비해 버섯, 당근과 함께 넣는다. 무가 물러지면 불을 끈다.
대접에 잘게 찢은 살코기를 넣고 우려낸 국물을 붓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다진 파와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첨가하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닮곰탕이 된다. 여기에 밥을 말면 금세 먹어치울 정도로 맛나다.
요리를 하다보면 “어, 여긴 이 재료를 넣네” 하는 게 있다. 무슨 요리이던 기본 공식은 있다. 거기에 다른 재료를 더 첨가해서 만들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요리가 된다. 그래서 같은 요리라도 맛은 다르다.
완성된 닭곰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