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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봉다리

동네가게나 대형마트나 물건을 사면 항상 손에 들려있는 봉다리(봉지)
바람이 불면 날라가고 약간만 부딯쳐도 찢어져 버리는 한 없이 연약한 이놈
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놈 몸값은 10원 20원 몇십원 짜리
"야이 십원짜리야!"라고 말 할 수있지만
십원짜리 봉지의 넓은 마음은 십억짜리다
크건 작건 자기가 감싸안을 수 있을 만큼 모두 안는다 몸이 늘어지고 튿어 질때까지 안는다     
남에게 보이기 싫은 물건을 까만색으로 가려주는
센스쟁이 까만 봉다리
왠만한 동네마트에도 상호가 붙어있는 봉다리가 있다 
자기가 어디 출신인가 당당히 밝히고 손에 매달려 가면서 간혹 무릎에 찍히면서도 바스락거리며 홍보에 열성을 다하는 열혈 하얀 봉다리
아이들을 위해 봉다리에 가득 담긴 먹을것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아줌마와 엄마보다 봉다리를 더 반기는 아이들의 눈을 보며 생애 최고의 환희를 만끽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애써 안고 와 준 고마움도
모르는 야속한 아줌마 두손에 마구 구겨져 쳐박혀진다


세상에 버림받은 수많은 이들을 감싸 안고 그들과 멸시와 냉내를 함께해주는
숭고한 희생정신의 소유자 봉다리
냄새나고 물이흘러 내리는 쓰레기를 꼭 안고 한방울이라도 새지않게 온몸을 꽁꽁 동여메고
칙칙한 한 쪽 귀퉁이에 쳐박혀서 마지막 헌신을 하며 새벽을 기다린다
땅에 뭍혀도 흙으로 돌아갈수도 없어 온몸이 만신창이 된체로
 여기저기 들판을 떠돌다가 끝내 불태워진다
무슨 한 이 많아 검고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며 마지막 생을 마감한다

한 없이 고마운 봉다리
봉다리들을 모아 집앞에 고이 내어 놓는다
다른 친구들과 뒤섞여 녹아 예쁜 돼지 저금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모든이의 꿈과 미소 곁에서 함께 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