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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이야기

겨울별미 매생이

고운 파래처럼 보이는데 향긋한 바다냄새를 품고 있다. 햇빛과 갯물만으로 자라며,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많아서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고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예방해준다. 변비에 좋아 여성들이 먹으면 좋고 더구나 숙취해소에 좋아 해장국으로도 인기다.

뜨겁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뜨거워, 먹을 때는 입천장이 데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남도 지방에서는 미운 사위에게 이걸 준다는 말이 있다. 장흥 특산물로 임금님에게 진상되었다는 매생이. 매생이국은 펄펄 끓여도 김이 잘 나지 않는데, 열기를 내뿜지 않고 속으로 담고 있어서다.

모든 해조류가 그렇지만 매생이는 바다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녹조식물로 갈파래과 해조류다. 청정해역에서도 바람과 물살이 세지 않는 추운 곳에서 잘 자라며 서남해안에서 전국 생산량 대부분이 나온다. 매생이는 가공과 보관이 어려워 겨울 한때 바로 맛봐야 했지만, 요즘은 냉동 보관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제철음식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뭐니뭐니해도 매생이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어머니가 갯벌에 나가 바위에 있는 매생이를 채취해 보내주셨다. 그걸로 매생이국을 만들기로 했다. 매생이는 굴이나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데, 매생이국 재료로는 매생이, 굴, 소금, 다진 마늘, 참기름만 있으면 되니 정말 간단하다. 굴이 없으면 넣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국 최고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1760∼1816)은 매생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 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른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잘 풀어지지 않고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워낙 올이 고와서 ‘갓 시집온 아낙네의 뒷머리’라고도 하는 매생이는 검푸른 색이 나야 좋다. 자주 씻을 수록 특유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고운 체에 받쳐 한 번만 헹군 뒤 물을 뺀다.
준비된 매생이 양보다 조금 많은 물을 넣고 끓으면 굴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굴이 익었다 싶으면 매생이를 넣고 다진 마늘을 넣는다. 매생이를 끓일 때 불이 강하면 금방 녹아 버리므로 너무 강하지 않게 하는 게 좋다. 참기름은 먹기에 앞서 몇 방울 떨어뜨려 향을 돋운다.

조심스럽게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넣었더니 목넘김이 너무나도 부드러워 방금 무엇을 먹긴 했는지 모르겠다.



추운 날을 무릅쓰고 정성들여 보내주신 매생이. 어머니 향기와 고향 향기까지 더해져 몇곱절 더 맛있다.

매생이는 꼭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